기획재정부가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언론에서 발표한 내용들은 전체 내용에서 발췌한 것이라 기획재정부에서 파일을 다운받아 읽어 보았는데 장단이 있는 대책들이라고 생각한다.

 의료 분야 대책부터 살펴보자. 대표적으로 의료법인이 의료 분야를 제외한 부대사업을 목적으로 한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사업의 범위를 넓혀 의료법인의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부가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허용의 근거로 든 지표 중 하나가 미심쩍다. 바로 병원 폐업률인데, 자료에 따르면 08년도부터 10년까지 병원의 폐업률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자료를 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즉, 소규모 동네병원)의 개업 대비 폐업률이 09년 74.9%에서 12년 89%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병원의 폐업률 상승은 동네 병원의 경영 악화가 지표에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근거로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자법인 설립 허용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대형 병원이지 않은가? 대형 병원이 자법인 설립으로 더 많은 부대시설을 갖추게 되면 결국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소규모 동네병원이다. 결국 폐업률 지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 자법인은 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 대상의 의료서비스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 하나, 이 또한 문제가 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부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자법인을 설립토록 허용하면서 부대사업의 범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부대사업에는 의료관광(숙박업), 의료기기 개발 등이 있는데 문제가 되는 것이 의료기기 개발이다. 자법인이 개발한 의료기기는 당연히 모법인이 소유한 병원과 계약할 것인데 자법인과 모법인이라는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기기의 가격을 고의적으로 조작하거나, 기기를 강매할 우려가 있다. 고가의 의료기기로 인한 부담을 모법인은 결국 환자에게 전가하려 할 것이다. 물론 기획재정부에서는 부당 내부 거래를 제한하겠다고 하지만, 문제의 소지를 굳이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대책으로 U-Health의 활성화가 있는데, IT 관련직종 종사를 희망하는 나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한다. U-Health 시스템의 정착으로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면 의료 전달 체계의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격 의료 시스템으로 환자들은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혹은 제공할 것이라 사료되는) 대형 병원으로 몰리게 되고, 감기 등 가벼운 질환마저 원격으로 대형 병원에서 진료하게 되면 소규모 병원들은 폐업 위기에 몰리게 된다. 정부는 이를 고려하여 소규모 의료기관에 원격 의료 시스템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소규모 병원도 대형 병원과 동등한 접근성을 보장하여(원격 의료를 지원하는 소규모 의원들의 목록을 정리한 사이트 제작과 같이) 동네병원의 수익을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대책은 반가운 일이다. 컴퓨터 개발자를 희망하는 나로써는 공공기관 소프트웨어 제값받기 운동,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 소프트웨어 고급 개발인력의 임금 합리화 등 한국 IT 산업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을 개혁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마음에 든다. 그러나 대책은 대책일 것이고, 앞으로 이러한 대책이 실제로 잘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게임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은 분리할 수 없는 관계이므로 정부가 SW를 미래 중점 육성사업으로 점찍고 있다면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어 게임 산업계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는 철폐하여야 할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의 대책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정부가 교육을 수익 추구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우수 외국교육기관 유치, 국내기관의 외국교육기관 운영참여 허용, 제주국제학교의 잉여금 배당 허용 등 경악할 만한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결국 공교육 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외국 교육기관이 들어오게 되면 부유층은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학교로 옯겨갈 것이고, 교육의 양극화가 가속되게 된다.

 이번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므로 정말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시민들과의 많은 소통을 동반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