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라는 말이 요새 참 많아졌다. 복지를 평생 입에도 올리지 않을 것 같던 세력들도 '맞춤형 복지'를 외치고, 원래 복지를 말하던 사람들은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그 많은 공약들을 진짜 실현해 줄지 의문이지만. 실제로 지금 많은 복지 공약이 없던 일로 되었다고 들었다)

 각설하고, 현대 민주사회에서 복지는 무슨 의미를 가지며, 무슨 역할을 할까?

'남과 똑같아지는 것'이 대중 사회의 유일한 도덕이다.

 대중 혐오주의자로 유명했던 니체의 주장에 따르면(내가 제대로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구조주의 입문서를 읽다가 잠깐 나온 대목이라 곡해된 부분이 없잖아 있을 수 있다) 현대 대중사회에서의 선악은 오로지 '이웃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 이라는 기준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동일함이 도덕이다. 어느 한 사람의 특별함을 용납하지 않는 추악한 질투심을 '만인의 평등'으로 미화하며 사회의 균질화를 목적으로 하는 대중을 니체는 혐오했다.

 니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복지는 '만인의 평등'을 기치로 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 복지의 목표는 정 반대다. '모든 사람이 동일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다양성을 발현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기 위한 것'이 목표다.

모두가 하나를 바라보고 달린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우려하던 것 아닌가?

 복지의 목표를 좀더 분명히 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예를 들겠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저복지 국가다. 소득이 적으면 여가생활은 꿈조차 꿀 수 없고 그저 하루하루 입에 풀칠만 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좋은 직업'을 찾는다. 모두가 높은 소득을 찾지만 고소득 직종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필연적으로 일부는 배제된다. 그 배제의 기준이 바로 명문대와 스펙이며, 유명 대학에 진학하고 각종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 학생들은 죽기살기로 공부한다.

 천편일률적인 인생이다. 주위를 둘러본다면 십중팔구는 이러한 삶을 겪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복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러한 단순한 삶에서 벗어나게 한다. 고소득 직업을 가지지 않고도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이 없다면 사람들은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것이다. 일부는 만화가가 되고, 일부는 소설가가 되며, 일부는 순수과학의 세계로 뛰어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돈이 되지 않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전보다 다양한 가치가 생산될 것이다. 결국 복지는 다양한 인생상의 형성을 위한 필수조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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