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에 관해서는 철도노조와 코레일이 얼마 전 합의하면서 개통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이전에 내가 써 둔 글이 있어 옮긴다.

 이번 자회사 설립에 대한 국토부와 정부의 논리는 관련 분야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말이 되지 않는다. 코레일의 방만경영으로 인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알짜 노선을 자회사에 넘겨 운영하겠다는 논지인데, 코레일의 경영구조는 수요부족으로 인한 무궁화호, 새마을호 등의 적자를 운임이 비싼 KTX의 수익을 이용하여 메우는 구조이다. 만약 수서발 KTX 자회사가 설립되어 운영되게 된다면 기존의 서울-용산역을 이용하는 승객의 수요가 나뉘기 때문에 기존 KTX의 수익을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코레일이 기존 KTX 노선의 수익감소를 감수하면서 자회사에서 열차 임대료, 수리료 등을 받으며 수익감소를 메우겠다는 계획과 과도한 적자를 개선하겠다는 명분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더 번거로운 절차가 아닌가?

 경쟁체제를 만들어 철도운임의 할인을 추구하려 한다면 헛일만 한 것이다. 철도는 개설과 운영, 보수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기반시설이다. 그러한 큰 자금을 투입하며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이 있는가? 서울시 지하철 9호선의 경우도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중인데 9호선의 관리회사인 서울9호선운영의 지분을 프랑스 다국적 기업이 갖고 있지 않은가? 지하철의 경우도 그러한데 하물며 지하철보다 몇십 배는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철도에 투자할 기업이 독과점을 방지할 정도로 많이 존재할 수는 없다.

이런 작은 규모의 간이역들은 교통 접근성을 위해 국가가 손해를 보더라도 꼭 유지해주어야 한다.

 또한 철도는 국민에게 항상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이므로 민간회사가 수익감소로 인하여 파산해 철도 운영을 할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하여 정부에서 일정 부분 수익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데, 이 경우 오히려 민영화 이전보다 정부의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민영화 실패의 대표 사례 중 하나인 영국 철도는 민영화 이후 요금이 두 배 이상 늘어나고도 오히려 공적 자금 투입이 증가하여 민영화 이전보다 정부의 부담이 더욱 늘어났다.

 더구나 코레일의 적자 요인이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생겼다는 주장 또한 동의하기 힘들다. 내가 최근 읽은 기사에 따르면 코레일의 직원당 열차킬로(직원 한 명당 부담하는 열차수송의 길이)는 2010년 이미 독일 철도를 추월했다. 독일은 열차 수송 면에서 세계 정상 수준이다. 또한 최근 코레일의 이른바 '방만 경영'이 화두가 되기 전부터 코레일은 인원 감축을 수행하고 있었다. 경영 효율을 위해 직원 수를 줄이면서도 서비스의 품질은 높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레일의 적자는 어디서 발생했는가? 바로 정부시책의 실패 때문이다. 실제로 공항철도의 경우 민영화했다가 엄청난 적자로 인하여 다시 코레일이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적자를 코레일이 떠안게 되었다. 참고로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무리한 토목공사의 영향으로 공기업의 부채가 매년 30~50%씩 증가하여 공공기관 부채가 565조원으로 446조 정도인 정부 부채에 비해 더 많아졌다. 그만큼 공기업의 부채는 국책사업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는 정부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 철도의 민영화는 1980년대부터 이름만 바꿔서 계속 추진되어 왔다. 심지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광풍에 휩쓸려 철도의 민영화를 추진하다가 좌절된 선례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누구나 민영화의 전 단계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민영화의 전제조건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수직분할'은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관리공단으로 분리 완료되었다. 코레일 지분이 40%, 공적 자본이 60% 형태로 자회사의 지분을 구성한다고 발표했지만 만약 코레일 지분을 제외한 60%가 민간 자본이 포함된 펀드 형태로 들어온다면 경영의 형태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철도노조와 대학생들이 우려하는 것 또한 그러한 점일 테다. 또한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중 에 한 '한국 공공 시장을 조만간 민간에 개방할 것' 이라는 발언은 이번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