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비트코인[각주:1] 열풍에 대해서, 이 비트코인이라는 화폐 참 위험하다. 합리적인 IT 전문지인 블로터닷넷조차도 비트코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좀 혼란스러웠다. 비트코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위험하다.

1. 쓰면 손해인 화폐

 최초 설계자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몰라도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제한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비트코인의 가치는 점점 올라간다. 자신이 그저 가지고 있기만 하면 가치가 올라가는데 어느 누가 비트코인으로 재화를 소비하려 하겠는가?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선 소비가 필요한데 비트코인의 경우 전혀 소비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채굴이 인기다.


2. 누구를 위한 익명성과 자유인가?

 비트코인은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하며, 일정한 통제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P2P 기술의 특징을 그대로 화폐의 특징으로 떠안았다. 그러나 통제에서 벗어난 경제가 어떤 일을 겪는지는 1900년대 초반 미국의 대공황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감독기관은 비트코인의 추종자들의 생각처럼 '빅 브라더'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거래가 정당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감시하며, 금리와 화폐 발행량을 조절하며 국가 경제의 붕괴를 막는다. 결국 비트코인의 특징은 어떤 식으로든 지하경제와 탈세에 이용될 수밖에 없다.


출처: Bloter.net


3. 더 불공평해진 소유

 비트코인은 암호의 수준이 점점 올라가는 그 특유의 발행 방식 때문에 초기 채굴자들이 가장 많은 양의 비트코인을 손에 쥘 수밖에 없다. 실제로 비트코인 소유 현황을 살펴보면 상위 1%의 계층이 전체 비트코인의 80%를 소유하고 있다. 이를 지니계수로 환산하면 0.88로, 대한민국의 지니계수가 0.35인 것에 비해 엄청나게 불공평하다.(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4. 비트코인의 소유 방식

 비트코인이 문제가 되는 것은 화폐 발행자가 그 화폐를 소유한다는 데 있다. 화폐의 발행과 소유가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화폐를 발행하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경제적 생산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체계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제의 생산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생산-분배-소비로 이어지는 경제의 근본적 순환 자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5. 단일 화폐? 유로화를 보고 논하라

 또한 이 화폐가 전세계적으로 똑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오히려 환전의 불필요성으로 더 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이는 큰 문제를 초래하는데, 국가 경제의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화폐의 통합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특정 국가로 부의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이미 서로간의 화폐를 통합한 유럽연합의 경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공업 생산력이 월등한 독일과 프랑스가 유로화를 통해 자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 반면 다른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폐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국가의 경기변동에 금리 인하 등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을 가만히 놓아 두기만 하면 잘 굴러갈 거라고 믿었지만, 몇 차례의 공황은 그의 이론이 명백히 오류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비트코인은 거래 방식이 바뀌었을 뿐, 18세기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자유방임주의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불공정한 거래를 통제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퇴보했다. 이런 비트코인에 대한 열풍은 결국 복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같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아무런 대가 없이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심리에 의해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비트코인의 사용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비트코인은 흥미로운 실험에 그쳐야 할 것이다.

  1. 비트코인: 대안 화폐의 일종으로,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 가 만든 디지털 통화이다. 화폐 발행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P2P 기술을 이용하여 거래가 이루어진다. 비트코인의 발행 방식은 특이한데, 발행 기관이 없는 대신 유저가 암호를 풀면 그 대가로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발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채굴' 이라고 부르며, 이 암호는 점점 어려워져서 결국 암호를 풀 수 없게 된다.(발행량이 제한되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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