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의 대명사로 치부되곤 하지만, 사실 인터넷은 그리 자유롭지 않다.

국가의 인터넷 검열을 말하는 게 아니다. 물론 그것도 자유를 제한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좀 더 근본적인 것이다.

 인터넷을 시각화하면 어떤 그림이 떠오르는가? 탁 트인 광장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있는 풍경이 그려진다면 틀렸다. 나라면 들판 위에 담장을 높이 쌓은 마을들이 수없이 늘어서 있는 풍경을 그릴 것이다. 인터넷은 사실 다양한 체제를 가진 국가들의 집합이다. 커뮤니티 사이트, SNS, 카페, 블로그와 같은 웹사이트는 국가와 여러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예를 들어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가 겪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으로, '어떤 커뮤니티를 하는가' 를 중요시하며 사이트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타 커뮤니티 안의 이용자가 물의를 빚었을 때 커뮤니티 전체에 책임을 묻는 현상이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서로간의 공격이 발생하기도 했다. 애국심의 발현이다.

 국가와 같이 각각의 웹사이트의 '구조'는 직간접적으로 사용자의 자유를 제약한다. 예를 들어,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글은 탄압된다.(본인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 경향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보수적 게시물을 올리면 안 된다' 는 명문화되진 않았으나 이미 사이트 이용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법률이다. 이용자가 스스로를 제약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국가를 벗어던질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평가받던 인터넷이 이제는 스스로가 국가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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