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에 페이스북에 쓴 글을 옮긴다.

 북한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종잡을 수 없는 또라이 국가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걔네들의 행동에는 어느 정도 인과관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북한의 행동을 한마디로 일축하자면 중국의 똘마니 내지는 행동대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로 얼마 전 북한이 취해온 일련의 유화 제스쳐는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사실은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 방어시스템(MD) 구축에 대한 미국의 명분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신뢰 프로세스의 성과는 개뿔. 북한이 시종일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다가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것이 북한에 대한 단호한 우리 정부의 대처 덕분이라고 생각하는가? 역대 정부에서 북한에 강경하게 나간 정부는 많았지만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북한에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북한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다. 실례로 노무현 대통령이 취했던 대북정책과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의 충돌로 인해 한미관계가 일시적으로 악화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외교적 입지가 미국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해야 할 만큼 좁지는 않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에 경제를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북한의 거의 모든 무역과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중국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북 외교는 겉보기에 우리 스스로의 태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의 경제 의존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중국에게 놀아날 수밖에 없다.

 결국 남북관계는 서로에 대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인 것이다. 개성공단 또한 우리 쪽으로 북한의 경제 의존도를 조금이나마 변화시켜보고자 하는 시도의 일환이다. 북한이 실제로 여기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꽤 된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일종의 실험에 불과하다. 아직 실제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경제교류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의 역점사업에 참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