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에 대해 우리는 대체로 국가주의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곤 한다. '한국(위안부 할머니)에게 몹쓸 짓을 벌인 일본은 사죄하라!' 라는 구호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태도가 문제를 굉장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국가주의자들은 내가 곧 국가이고 국가가 곧 나이기에, 국가를 위한 행동은 곧 나를 위한 행동이다. 국가를 모욕하는 건 바로 나를 모욕하는 것과 같기에, 국가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바로 그렇다. 두 나라 모두 전 사회에 국가주의가 만연한 나라로 꼽힌다.

 그래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국가의 일부로 인식한 우리 한국인들은 '국가의 다른 일부' 로서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일본인들은 그 요구를 국가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하고는 '국가의 일부'로서 화를 낸다. 이래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포커스는 '일본인이 한국인을 강간함'에서 '정부의 지휘를 받는 군대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강간한 전쟁범죄를 일으킴' 으로 옮겨져야 한다. 모든 지점에서 민족과 국가의 색채를 빼야 한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 분리되어야 한다.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가 국가주의의 색안경을 벗어던져야 문제는 비로소 해결된다.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사과' 하는 게 아니라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과' 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일본인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 없다. 우리가 일본군에게 끌려가 강간당하지 않았듯이 일본인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강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저한 타인으로서 오늘날의 한국인과 일본인은 배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