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부터 7월 7일까지 8일간 일본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이 글을 시작으로, 여행기를 올리며 여행의 기억을 정리해 볼 생각이다.

사실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다른 블로그에서 보게 된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정말 보자마자 한 순간에 마음을 뺏겼다. 7월의 맑은 하늘 아래 후라노의 꽃밭이 꼭 보고 싶었다. 저 보라색의 향연 하며.. 당장 다음날에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는데, 일단 여행 한 달 전쯤 충동적으로 예약을 하다 보니 동행을 구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야 조금 걱정했지만 이내 혼자 떠날 여행의 기대감에 부풀었다.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지만 아무래도 대화에 일정 부분 정신을 할애해야 하고, 서로의 컨디션에 맞추며 여행의 완급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써야 하는 것이 많다. 이번 여행은 그런 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다. 일단 이건 별로 문제가 안 되었다.

진짜 문제는 비행기 티켓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예약을 하다 보니 김해에서 간사이로 가는 제일 저렴한 티켓을 사 버린 것이다. 홋카이도에 있는 라벤더밭을 보고 여행을 결심했는데 간사이라니, 오사카와 홋카이도는 1000km 남짓 떨어져 있다. 부산에서 오사카를 가는 것과 비슷한 거리를 또 가야 하는 것이다. 선택지는 두 가지가 있었다.

1. 간사이행을 취소하고 신치토세행을 예약.

2. 간사이 IN 간사이 OUT, JR패스로 하코다테까지 신칸센으로 강행군을 한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어차피 홋카이도 내에서 움직이려면 JR 홋카이도 패스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게 또 가격이 꽤 비싸다. 5일권이 22000엔이라 29110엔짜리 전국패스 7일권과 비교했을 때 요금 우위가 크지 않고, 항공료 차이(오사카행이 8만원가량 저렴)를 감안했을 때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열차여행이라는 데 어느 정도 매력을 느끼고 있기도 했고.

어쨌든 오사카에서 홋카이도까지 철도로 장장 9시간에 이르는 여정을 한번 경험해보기로 하고, 루트를 짰다. JR패스를 구매하기로 했으니 최대한 많은 도시를 들러보는 것이 좋을 것이었다.

저번에 친구들끼리 떠났던 간사이 여행에서 가지 못해 아쉬웠던 히메지와 고베를 첫날 일정에 넣고, 그 다음날 오사카를 출발해 도쿄를 경유, 바로 하코다테로 올라가는 일정이었다. 홋카이도에서는 하코다테, 삿포로, 오타루, 오비히로, 후라노 순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하코다테에서 오사카까지 신칸센을 타고 이동해 하룻밤을 자고 그 다음날 비행기로 귀국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음과 같은 계획이 잡혔다.

여행을 다녀온 지금 생각해 보면 시간과 체력 측면에서 봤을 때 차라리 신치토세로 가는게 백배 나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열차만큼은 실컷 탈 수 있어서 좋았다. 29110엔짜리 JR패스로 3배는 가볍게 뽑은 듯. 오사카-하코다테 편도 요금만 32710엔이다. 물론 저 정도 거리는 국내선 저가항공을 타는 게 시간과 요금 모두 이득이다.

일정을 짰으니 이제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 총 7박을 예약해야 하는데, 이곳저곳을 계속 옮겨다닐 예정이니 모두 다른 곳을 예약할 수밖에 없다. 숙소를 찾는 것만 해도 고역이었다.

우선 첫날과 마지막 밤을 보낼 오사카에서의 숙소는 걱정이 없었다. 신이마미야역 부근의 싸구려 비즈니스 호텔에서 자면 되니까. 신이마미야역 부근은 오사카의 대표적인 슬럼가인데, 이곳 주변에는 일용직 노동자들과 배낭여행객을 주 고객으로 영업하는 저렴한 비즈니스 호텔들이 많이 있다. 보통 1박에 2000엔 정도 한다. 가격이 무척 저렴한 대신 공용 화장실, 좁고 더러운 객실, 없다시피 한 룸서비스를 감안해야 한다. 혼자 하룻밤 정도 머무르는 것은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바로 옆에 공항 직통열차가 있기도 하고. 그래도 여러 명이서 여행 왔다면 오기 힘든 곳이다.

홋카이도에서의 숙박은 게스트하우스와 에어비앤비를 섞어 가며 예약했다. 아무래도 하루 정도는 편한 곳에서 자야 할 것 같아 오비히로에서는 호텔에 묵기로 했다. 그리고 그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의 침대가 최악이었거든. 더럽고, 쿠션감이라고는 없고. 역시 자본주의.. 돈이 최고였다.

그 다음 JR패스. 여행의 핵심인 만큼 빨리 구매했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출국 5일 전에 인터넷으로 구매신청을 했는데, 이게 전산화되어있는 게 아니라 실물 교환권을 받아야 하는 형식이다 보니, 배송 문제로 일주일 이내에 구매신청을 하지 않으면 취소된다는 거였다. 그 사실을 출국 이틀 전에 뒤늦게 알고 부랴부랴 방문수령이 가능한 다른 여행사에서 구입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여행 준비를 완료했다. 이제 즐길 일만 남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